그리스도인이 문화에 개입하는 방식은 대중 예술에 대한 태도만큼이나 다양하고 대립적이다.
같은 신앙 공동체 안에서도 어떤 그룹은 특정정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반면, 다른 그룹은 정치라면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을 수있다. 공립학교에서 기도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리스도인이 있는가 하면, 신앙에 기초를 둔 대안 학교를 설립하는 그리스도인도 있다. 집에 텔레비전을 아예 들여놓지 않는 그리스도인도 있지만, 여러 대를 설치한 그리스도인도 있다. 여성은 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 있는 반면, 여성도 사회 활동을 해야 하며, 나아가 교회에서 설교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리스도인도 있다. 신앙과 문화의 관계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는 신실한 생활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렇다면 대체 문화란 무엇이며, 왜 그리스도인들은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문화는 단순히 좋은 책을 읽고, 저녁 식사에 어울리는 적당한 와인을 주문할 줄 알며, 베토벤의 음악이나 모네의 그림에 친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성경에 따르면 문화는 신앙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 즉 문화는 하나님의 형상 안에서 “오묘하고 놀랍게” 지어진 존재의 일부인 것이다(시 139:14). 문화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내린 첫 명령이자 기본 명령, 즉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라. 땅을 정복하여라”(창1:28)는 명령에 대한 인간의 응답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당신과 나처럼 평범한 인간들에게 창조의 과정을 이어가는 임무를 맡기셨다.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동역자라는 사실은 성경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주제이며, 그리스도인이 문화에 접근하는 데 기본 전제가 된다. 그러기에 문화는 우리가 하나님의 세계를 정의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가리킨다. 성경이 문화에 관해 말하고 있는 바를 이해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이 대중 예술에 개입하는 것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그리스도인이 대중 예술을 제작하고 비평하는 기본 원리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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